
술을 마시는 그릇, 술잔. 그냥 작은 컵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각 나라의 전통 의례에서 술잔은 단지 도구가 아닌 ‘의미를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누가 마시고, 어떻게 마시고, 어떤 잔에 담는지가 의식의 무게와 질서를 결정했죠. 이번 글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문화권에서 사용된 ‘제례용 술잔’을 중심으로, 술잔이 어떻게 예법과 상징성을 품어 왔는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한국 – 제사상에 오른 술잔, 형식보다 깊은 뜻한국 전통에서 술잔은 제사상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합니다. 작고 얇은 백자 또는 유기(놋쇠)로 만든 잔은 조상에게 드리는 첫 인사의 상징입니다. ‘홀수 번 따르기’라는 예법에 따라 1번, 3번, 5번 잔을 따르며, 이는 생명의 양을 상징하는 수로, 조상에게 긍정적..

설날, 추석, 동지… 명절 음식 이야기라면 떡이나 전이 먼저 떠오르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술이 먼저였습니다. 한국의 전통 명절은 단순한 음식 축제가 아니라 조상과 하늘, 땅,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었고, 그 중심엔 늘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 술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전통 명절과 술’을 주제로, 명절의 진짜 주인공이었던 술과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명절과 제례 속의 막걸리 – 술은 조상과 나누는 첫 번째 인사우리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은 단연 설날과 추석입니다. 이 날 아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사를 지내며 조상께 감사를 전하는 의식을 ‘차례’라고 부르죠. 이 차례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잔입니다. 그리고 그 잔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