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만든 신 (디오니소스, 바쿠스, 하이르)
술이 신의 축복이라면, 그 술 자체가 신이 되는 일은 가능할까요? 고대인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었습니다. 디오니소스, 바쿠스, 그리고 하이르—이들은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신이 아니라, 술 그 자체를 상징하는 신, 술의 형상이 곧 신의 얼굴이 된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술이 어떻게 신이 되었고, 그 신들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디오니소스 – 와인이 곧 신이 된 고대 그리스의 황홀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는 와인의 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질은 단순한 음료의 수호자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는 인간의 감정, 광기, 창조성, 해방, 황홀경을 모두 상징하는 존재였으며, 와인은 그런 감정들을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
2025. 4. 11.
향신료가 만든 도시들( 자카르타, 코지코드 , 모카 )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도시는 그 자체로 ‘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카르타, 캘리컷, 모카. 이 세 도시는 단순한 항구나 수도가 아니었습니다. 향신료가 이끌고, 지배하고, 성장시킨 도시들이죠. 오늘은 이 세 도시가 어떻게 향신료와 함께 태어나고, 번영하고, 또 때로는 이용당했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도시 이야기지만, 알고 보면 이 둘은 깊은 관계 속에 엮여 있다는 걸 느끼게 되실 겁니다.자카르타 – 향신료 전쟁의 중심에서 수도로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지금은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는 사실 향신료에 있습니다. 자카르타의 옛 이름은 바타비아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본부가 자리잡았던 곳입니다. 17세기 당시, 향신료를 통제하려던 유럽 열강..
2025.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