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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술 – 금주 속에서도 전해진 의례의 술 불교는 술을 금합니다. ‘오계’ 중 다섯 번째 계율인 **불음주계(不飲酒戒)**—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은 너무나도 유명하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불교 문화 안에서 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의례와 제례에서 술은 조심스럽게, 때로는 상징적으로 사용되며, 지역 불교 문화에 따라 그 해석은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주의 종교’ 불교가 어떻게 술을 이해했고, 왜 어떤 경우엔 의례 속에 술을 남겨두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경전 속 금주 계율 – 술은 수행의 장애인가, 자비의 이유인가불교에서 술을 금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이나 도덕 때문만은 아닙니다. 초기 불교의 계율서인 『율장(Vinaya-pitaka)』에는 술이 인간의 ‘의식적 통제’를 흐리게 하며, 그것이 곧 ‘계율의 붕괴’.. 2025. 4. 12.
샤먼과 술 – 무당이 마시는 것은 신의 언어였다 술은 때로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신과 통하는 문’이었습니다. 샤먼, 즉 무당이라 불리는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술을 단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신과의 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샤먼과 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술이 어떻게 의식과 신접의 매개체가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무당이 마시는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신의 언어이자 인간을 초월으로 이끄는 열쇠였습니다.한국과 몽골 샤먼의 술 – 신내림과 트랜스의 연결고리한국의 무속에서는 제의와 굿판에서 술이 빠지지 않습니다. 굿을 시작하기 전, 무당은 대개 술잔을 들어 신에게 바치고, 직접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의식을 시작합니다. 이때의 술은 단지 ‘예의’나 ‘풍습’이 아니라, 신령을 청해 몸으로 .. 2025. 4. 12.
와인과 성찬식 – 교회 안에서 마시는 술 “이 잔은 내 피니라.”기독교에서 와인은 단지 음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약속이고, 상징이며, 신비 그 자체입니다. 성찬식, 혹은 성체성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예배의식은 2천 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신도들의 마음속에 경건한 떨림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교회 안에서 마시는 술’, 즉 와인이 성찬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 상징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예수의 최후의 만찬 – 와인에 담긴 피의 약속성찬식의 기원은 바로 ‘최후의 만찬’입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6장, 마가복음 14장, 누가복음 22장 등에는 공통적으로 예수가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나누며 포도주를 잔에 담아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가 말한 유명한 구절이 바로 이것이죠.. 2025. 4. 11.
술로 만든 신 (디오니소스, 바쿠스, 하이르) 술이 신의 축복이라면, 그 술 자체가 신이 되는 일은 가능할까요? 고대인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었습니다. 디오니소스, 바쿠스, 그리고 하이르—이들은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신이 아니라, 술 그 자체를 상징하는 신, 술의 형상이 곧 신의 얼굴이 된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술이 어떻게 신이 되었고, 그 신들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디오니소스 – 와인이 곧 신이 된 고대 그리스의 황홀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Dionysos)는 와인의 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질은 단순한 음료의 수호자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는 인간의 감정, 광기, 창조성, 해방, 황홀경을 모두 상징하는 존재였으며, 와인은 그런 감정들을 현실.. 2025. 4. 11.
제사와 주류 – 조상에게 올리는 술의 문화사 “조상님께 술 한 잔 올려라.”아마 어릴 적 설이나 추석, 혹은 제사상 앞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씀이실 겁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술이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었습니다. 조상과 대화하는 수단, 예를 갖추는 방식, 그리고 영혼을 깨우는 상징이었지요. 이번 글에서는 ‘조상에게 올리는 술’이라는 관점에서 제사와 주류의 문화사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한국과 동아시아의 제사주 – 예(禮)의 본질이 담긴 한 잔한국 전통 제사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중심 의례 중 하나입니다. 제사상을 차릴 때도 가장 먼저 놓이는 것이 술잔이며, 초헌(初獻)·아헌(亞獻)·종헌(終獻)의 세 번에 걸쳐 술을 따르는 의식이 이어집니다. 이 순서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존경과 정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유교.. 2025. 4. 10.
고대 문명의 술 – 신에게 바치는 첫 잔 우리가 오늘날 마시는 술 한 잔, 그 기원은 단순한 즐거움을 위한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고대 인류에게 있어 술은 신성한 존재였으며, 때로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때로는 신 자체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고대 문명의 술’은 단지 취하는 물질이 아니라, 인간과 신, 삶과 죽음, 농경과 생명의 연결을 상징하는 도구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천 년 전 문명 속에서 술이 어떻게 ‘신에게 바치는 첫 잔’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수메르와 이집트 – 곡식의 신이 빚은 술, 신에게 돌아가다술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문명이 바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입니다. 수메르인은 세계 최초로 맥주를 발효해 마신 문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남긴 점토판 속에는 맥주의 제조법과 함께 제사 의식에서 맥주가 .. 2025.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