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대부분의 고대 문명에서 제사나 종교 의례에는 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술은 신에게 바치는 제물,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했고, 종종 신성한 물질로 여겨지기도 했죠. 그런데 흥미로운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마야와 잉카 문명입니다. 이 두 거대한 중남미 문명은 술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사용을 배제하는 제례 문화를 가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이들은 술을 쓰지 않았을까?’, ‘그 대신 무엇을 썼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겠습니다.마야 문명 – 신과 피, 그리고 초콜릿의 제사마야 문명은 지금의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일대에서 번성했던 고대 문명입니다. 이들은 매우 발달된 달력 체계와 문자, 천문학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특이한 건 제사의 중심이 술이 아니라 ..

신과 인간이 함께 마셨다는 전설 속 음료, ‘소마’. 힌두교와 인도-아리아 전통 속에서 소마는 단지 술이나 약용 식물을 넘어, 신성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존재입니다. 고대 베다 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음료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인 동시에, 제사를 집행하는 사제와 수행자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 신과 하나 되게 하는 매개체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화와 역사, 그리고 미스터리로 가득한 ‘소마’의 세계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리그베다 속 소마 – 신과 함께 마신 불사의 음료‘소마’는 고대 인도 아리아인들의 경전인 '리그베다' 에 수백 번 언급됩니다. 이 신비한 음료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물질로 여겨졌고, 종종 독립된 신격으로도 등장합니다. 즉, 소마는 ‘음료’이자 동시에 ‘신’인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슬람은 술을 금지하는 종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슬림은 알코올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 말,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슬람의 금주 문화가 항상 지금 같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초기 이슬람 시대에는 포도주가 널리 마셔졌고, 심지어 코란에도 포도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합니다. 술을 금지하면서도 포도를 성스럽게 여기는 이슬람의 복잡한 태도는, 단순한 종교 규율을 넘어 문화와 역사, 인간 심리의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슬람과 포도, 그리고 술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보려 합니다.코란 속 술 – 금지까지의 세 단계 진화이슬람에서 술이 완전히 금지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확립된 개념이었습니다. 즉, 단번에 금주가 명령된 것이 아니라, 코란에서는 술에 대한 언..

불교는 술을 금합니다. ‘오계’ 중 다섯 번째 계율인 불음주계—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은 너무나도 유명하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불교 문화 안에서 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의례와 제례에서 술은 조심스럽게, 때로는 상징적으로 사용되며, 지역 불교 문화에 따라 그 해석은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주의 종교’ 불교가 어떻게 술을 이해했고, 왜 어떤 경우엔 의례 속에 술을 남겨두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경전 속 금주 계율 – 술은 수행의 장애인가, 자비의 이유인가불교에서 술을 금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이나 도덕 때문만은 아닙니다. 초기 불교의 계율서인 '율장'에는 술이 인간의 ‘의식적 통제’를 흐리게 하며, 그것이 곧 ‘계율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술을..

술은 때로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신과 통하는 문’이었습니다. 샤먼, 즉 무당이라 불리는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술을 단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신과의 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샤먼과 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술이 어떻게 의식과 신접의 매개체가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무당이 마시는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신의 언어이자 인간을 초월으로 이끄는 열쇠였습니다.한국과 몽골 샤먼의 술 – 신내림과 트랜스의 연결고리한국의 무속에서는 제의와 굿판에서 술이 빠지지 않습니다. 굿을 시작하기 전, 무당은 대개 술잔을 들어 신에게 바치고, 직접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의식을 시작합니다. 이때의 술은 단지 ‘예의’나 ‘풍습’이 아니라, 신령을 청해 몸으로 ..

“이 잔은 내 피니라.”기독교에서 와인은 단지 음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약속이고, 상징이며, 신비 그 자체입니다. 성찬식, 혹은 성체성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예배의식은 2천 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신도들의 마음속에 경건한 떨림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교회 안에서 마시는 술’, 즉 와인이 성찬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 상징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예수의 최후의 만찬 – 와인에 담긴 피의 약속성찬식의 기원은 바로 ‘최후의 만찬’입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6장, 마가복음 14장, 누가복음 22장 등에는 공통적으로 예수가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나누며 포도주를 잔에 담아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가 말한 유명한 구절이 바로 이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