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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시가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되는 시대입니다.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점점 더 자연스럽고 정교해지면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감성까지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닐까?"
AI의 발전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놓치기 쉬운 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인간의 감성이라는 영역이 단순한 ‘정보 처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슬픔, 기쁨, 외로움, 화남, 공감 등… 이 모든 감정은 삶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것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인간 감성이 왜 특별한지, 그리고 현재 AI가 어디까지 왔으며, 또 앞으로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좋을지를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 해보자 합니다.
AI는 감정을 ‘흉내’ 내지만, 그 속을 알지는 못합니다
AI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GPT나 Midjourney 같은 모델은 수많은 인간의 언어와 이미지를 학습해 감정 표현을 유사하게 재현합니다. 누군가 외로움에 대한 글을 요청하면, 외롭다는 감정을 담은 시처럼 읽히는 문장을 써주고, 슬픔을 주제로 한 그림을 요청하면 우울한 색감과 구도를 활용한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는 그 ‘감정의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AI가 표현하는 슬픔은, 과거 슬픔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등장했던 단어, 문장, 시각적 요소를 통계적으로 조합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그 감정을 경험하거나, 공감하거나, 스스로의 삶에서 끌어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한편, 인간은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을 해석하고, 기억하며, 공유하는 존재입니다. 실연을 겪은 후 우연히 들은 노래에 울컥하고, 어린 시절 할머니와 마셨던 국화차 향기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는 그 안에 ‘맥락’과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감정을 ‘생성’하긴 하지만, 그 감정의 뿌리, 맥락, 경험을 모릅니다. 기술적 구현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진짜 감정의 깊이와 복잡함을 담아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술은 기술을 넘는 ‘이야기의 힘’에서 출발합니다
AI가 만든 콘텐츠들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결과물이 마치 사람이 만든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감동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든 예술은 그 사람의 삶과 감정, 철학, 상처와 치유가 모두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보면 단순히 붓터치나 색감만이 아니라, 그의 내면의 고독과 고통을 느낄수 있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삶이 그의 그림 안에 담겼기 때문입니다.
반면, AI가 만든 그림은 어떤가요? 충분히 아름답고, 구도도 훌륭하고, 색도 조화롭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창작의 ‘의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특정 감정을 유도하는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듣기에 좋고, 실제 영화 BGM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완성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큼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겨 있어야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감성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오는 서사에 있습니다.
공감과 연결, 그건 인간만의 언어입니다
인간 감성의 핵심은 ‘공감’입니다. 그리고 공감은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느끼는 것’입니다. 누군가 힘들다고 말할 때, AI는 “괜찮아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상으로 그런 문장이 위로가 된다는 결과가 많기 학습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람이 느끼는 위로는 그런 문장 하나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위로는 말보다 ‘눈빛’에서 오기도 하고, 말 없는 ‘함께 있음’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공감은 논리보다 온도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나의 감정으로 잠시 품어보는 경험, 그게 진짜 공감입니다.
AI는 아직 이 공감의 깊이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떨림을 분석해 감정을 유추할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심리 상담 분야에서는 이미 AI 챗봇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초기 진단이나 간단한 감정 정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장기적이고 깊은 관계를 요하는 상담에서는 사람 상담사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감의 불완전성’이 주는 인간적인 위로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감정을 나눌 때, 말보다 진심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아직, 그리고 앞으로도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습니다.
감성은 인간이 지닌 마지막 고유 자산일지도 모릅니다
AI 기술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리고 분명, 앞으로 더 놀라운 일들을 해 낼 것 입니다. 언젠가 AI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감정을 흉내 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겠죠. 그건 결코 거스를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발전 속에서도 인간 감성이 가진 고유함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감성은 ‘잘 만든 콘텐츠’에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삶의 흔적, 불완전함, 모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감성은 진짜로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AI는 이 모든 것을 데이터로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을 ‘살아낸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감성은 살아 있는 존재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그리고 앞으로도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언어입니다.
그러니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감정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기술이 감동을 주는 시대일수록, 진심은 더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